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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들 달라진 평양 좀 보시라요북한의 큰 손들, “돈 쓰는 게 가장 쉬웠어요!”

북한의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평양. 그 중에서도 ‘평해튼’(평양+맨해튼)은 단연 핫하다. 뉴욕 맨해튼 못지않은 북한의 부유층을 일컫는 평해튼은 북한 내에 자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71층에 이르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것은 물론, 제법 높은 빌딩들이 현대화된 도시 인상을 깊게 심어준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 고급 식당 등 서비스 시설도 남부럽지 않게 갖췄다. 2018년, 북한의 경제시장이 ‘확’ 달라지고 있다.

 

확연히 달라진 북한의 경제시장이 화제인 가운데, 김일성종합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탈북 출신 1호 남한 신문 기자인 북한 전문가 주성하 기자가 작성한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 책은 “지금까지 듣고 본 북한 이야기는 다 잊어라”라고 적혀있을 만큼 북한 자본주의의 벌건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최근 상황을 깊이 전해주는 생생한 취재와 증언으로 가득한 이 책의 내용은 북한의 중심 평양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또 파격적으로 그리고 있다. ‘평양 자본주의 백과사전’을 빗대어 달라진 욕망속의 평양을 살펴본다.

 

북한 금수저의 열린 지갑

평양에 돈 바람 매섭게 불어

 

북한의 재벌급 자녀들은 한국 금수저보다 더 놀랍고 그 이상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도 다르다. 고려호텔 길 건너의 ‘창광숙소’가 대표적이다. 점심에 친구 셋과 함께 갈 경우 1,000유로(한화 약 130만 원)로 새벽까지 즐길 수 있다. 북한의 금수저들은 기분이 내키는 날엔 즉흥적으로 1,500유로를 소비할 때도 있다.

북한 금수저들이 창광숙소를 좋아하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먹고, 마시고 자는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 일명 ‘재포(재일동포)’ 출신이 운영하는 창광숙소는 원래는 외국인 전용이라 북한 주민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실상 이곳을 찾는 외국인은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주요 고객은 북한의 금수저들이나 돈주(북한의 신흥 자본가, 외화벌이 사장)같은 부류다.

창광숙소는 알면 알수록 놀랍다. 1층에는 최고급 사우나, 최신식 안마 시술소와 함께 뉴욕의 맨해튼 거리에나 있을 법한 바(BAR)가 있다. 가격은 유로로 책정되어 있지만 달러도 받는다. 사우나는 3유로, 안마는 20유로 정도로 시설과 서비스 수준에 비해 비싸지 않다. 바에서 파는 술은 위스키, 브랜드, 코냑 등 없는 게 없다. 바에서 양주를 마시다가 취기가 오르면 2층으로 올라가 당구를 친다. 당구요금은 시간당 7유로로 한국에 비해서 서너 배 높다.

당구장이 있는 2층에는 침대방도 있다. 영업 규정상 2층 역시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지만, ‘그란티(50달러) 한 장 찔러주면’ 체크인 없이 방을 빌릴 수 있다. 1층에 근무 중인 남성 접수원(서비스맨)에게 일종의 뇌물을 찔러주면 VIP대우를 받을 수 있다. 뇌물로는 보통 외국산 담배 한 보루나 맥주를 준다. 맥주를 선물 할 때는 안주로 명태를 말린 짝태 ‘탈피’까지 준비하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이걸 북에서는 매너라고 하는데, 매너란 말은 북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북한 금수저들은 창광숙속 외에 서성구역의 ‘북성식당’도 꼽았다. 1박2일로 즐기기엔 좋지만 이곳이 제일 비싼 곳은 아니다. 더 비싼 곳은 ‘해당화관’이다. 5년 전 장성택이 건설한 대동강구역의 ‘해당화관’은 이름이 ‘류경관’으로 바뀌었지만 평양 시민은 여전히 해당화관이라 부른다. 해당화관은 중앙당 간부나 군부 장령(장성)급이 주로 가는 곳으로 그들이 이곳을 방문할 때는 늘 사복차림이다. 도착하기 1km쯤 전에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우라 하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걸어서 들어간다. 해당화관은 보위성과 보안성이 늘 주시하기 때문에 공무용 차를 끌고 다니다가는 보고가 들어갈 수 있다. 금수저들은 중앙당 간부나 군부 장령이 아니지만 해당화관도 자주 출입한다.

해당화관은 북에서 유일하게 지하 주창이 있는 건물. 출입구 통로가 하나라 늘 차가 막힌다. 가끔 구경 온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는데 정작 음식 사 먹는 외국인은 없다. 너무 비싸기 때문에 1층 명품관에서 시작해 4층까지 둘러보고는 그냥 간다.

이런 고급식당에 가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미니스커트 차림에 온 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여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얼핏 보면 외국인 같지만 모두 북한 여성들. 북한에서는 이러한 여성들을 ‘마약’이라고 부른다. 대부분 음대생이거나 가수 후보생 신분인데 ‘대방작업(스폰서를 구하는 행위)’을 하러 온 부류다.

 

리설주만 쓰냐?

북한 여성, 우리도 쓴다! ‘샤넬’

 

“진짜 부자들은 샤넬을 좋아해요. 리설주도 샤넬 좋아하던데요. 제 아내는 가방, 화장품은 물론 잠옷까지 샤넬이죠. 짝퉁 아닙니다. 촉감으로도 딱 알아요. 아내가 사파이어 보석이 박힌 목걸이나 반지를 좋아해요. 저는 열두 달 탄생석 이름을 다 외우고 있어요. 하하. 평양에는 없는 명품이 거의 없는데 의외로 ‘루이비통’은 적어요. 아, 물론 짝퉁은 많아요.”

 

-평양 자본주의 백과사전 19p 中-

 

북한의 외화상점에서는 외국산 명품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부자는 서슴없이 이 명품을 쇼핑한다. 밍크코트도 장마당에서 판매한다. 명품을 판매하는 상점은 평양에 정말 많다. 북한의 큰 손들이 싱가포르 회사가 운영하는 고급 외화상점을 잘 찾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상점에서는 식품을 구매하기 위해선 카트를 몰아야 하는데, 입국에 감시원을 세워놓고 샅샅이 수색을 당하기 때문. 북에서 나름 산다고 하는 이들에게 수색은 기분 나쁠 일.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인민의 의식이 발달하지 못해 도둑이 많기 때문에 CCTV로도 감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북한의 금수저들은 ‘락원백화점’을 북한에서 가장 수준 높은 백화점으로 꼽는다. 북한에서 제일 먼저 생긴 외화상점이기도 한 락원백화점은 외형은 조금 낡았지만 일단 상품이 믿을만하고 터무니없이 비싸지도 않다.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의 돈들이 오고 간다.

북한 여성들이 제일 선호하는 화장품은 샤넬이다. 샤넬은 북한에서도 워낙 고가에 속하는 화장품이기 때문에 판매량인 많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성비가 좋은 시세이도가 잘 팔린다. 선글라스는 무조건 구찌를 선택하는 편이다. 수천 달러씩 하는 롤렉스시계를 차고 다니는 이들도 많지는 않지만 간혹 눈에 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다수의 북한 사람들은 롤렉스시계가 얼마나 비싼지 가늠조차 못하는 것. 롤렉스시계가 명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이가 많지 않다.

이밖에도 신발은 ‘나이키’ ‘휠라’ ‘미즈노’가 인기며 아이들은 아디다스 운동복을 좋아한다.

한편 최상류층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외국산 식료품도 외화상점에서 팔고 있다. 북한에선 일본산 라면이 최고 인기고 돈 없으면 한국산 쇠고기맛 라면, 맵시면, 신라면을 사먹는다. 돈이 더 없는 경우엔 ‘떼놈 라면’(중국산 라면)을 사먹는다. 간장은 한국산 오뚜기 간장을 선호한다. 2013년 10월 김정은이 ‘괴로상품은 팔지 말라’고 지시한 탓에 남쪽 초코파이가 가격이 단 번에 두 배로 뛰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하철은 우리가 더 선배라우

평양 지하철, 서울보다 한 달 빨랐다

 

북한 자본주주의 민낯을 보기 위해선 대중교통을 빼놓을 수 없다. 평양의 지하철역은 총 17개로 그 중 광명역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되는 지하철은 16개다. 사실 지하철은 한국보다 북한이 먼저 들어온 ‘선배’다. 남북이 체제 경쟁을 하던 시기에 지하철을 누가 먼저 만드느냐 경쟁이 벌어졌고 승자는 북한이었다. 1973년 한국보다 1년 먼저 개통한 북한 지하철은 설계는 소련, 운영 시스템과 기계 지원은 중국의 몫이었다.

2010년 중국 신화통신이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지하철 10개를 발표했는데, 그 중 하나가 평양 지하철이다. 명확한 선정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짐작 가는 이유는 있다. 평양 지하철 역사에는 김 씨 부자의 업적을 찬양하는 벽호와 동상이 매우 많은 편인데, 이러한 점이 외국인에게는 독특한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로동신문>을 읽는다. 종이 신문인 로동신문은 아직도 북한 주민이 의존하는 거의 유일한 뉴스 정보 수단이다. 최근 들어서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승객도 많아졌다. 물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스마트폰에 받아놓은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한다. 아직까지 북한 지하철에서는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아 통화를 할 수 없다.

북한 지하철은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사진을 찍으면 잡혀간다는 것. 평양 시민은 지하철 내부에서 촬영이 금지 된다. 사진을 찍다 들키면 카메라 압수는 물론 직장에 통보되고 사회 안전 기관에 불려가는 등 각종 시끄러운 일을 겪게 된다. 반면 외국인들에게는 사진과 영상이 허용된다.

두 번째는 평양도 카드를 찍고 지하철에 탄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승차 카드를 도입한 평양 지하철은 평양 시민이면 누구나 이 카드를 이용해 지하철을 이용한다. 이 카드를 개찰구에 있는 통과 기계에 대면 남은 사용회수가 표시되면서 통과 신호가 켜지는데, 이는 한국과 같은 방식이다. 지하철 이용료는 북한 돈으로 5원에 불과. 북한 경제를 고려했을 때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세계 경제시장과 비교했을 때는 거의 공짜인 셈이다.
이밖에도 평양 지하철에는 뉴스나 광고 등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없으며 평양 지하철은 한국과 달리 모두 지하로 달리며 깊이도 80m 이상이다.

이미 국가 월급과 배급 등 모든 공급체계가 파괴된 평양에서 지하철은 그나마 북한식 사회주의 시책이 제대로 유지되는 곳이다.

 

평양발 부동산시장 열기 무섭다

 

평양이나 서울이나 부동산시장 과열은 마찬가지다. 북한에도 아파트 재건축 바람과 투기 열풍이 서울 못지않을 만큼 거세다. 북한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택은 ‘자산’으로서 아늑한 보금자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에 따르면 미래과학자거리와 려명거리가 건설된 이후 평양의 부동산 열기는 다소 진정되는 듯 했다. 이 두 거리가 대형 평수의 고급 아파트 수요를 많이 흡수했기 때문. 하지만 지금도 중구역, 보통강구역, 모란봉구역, 평천구역 같은 평양중심 구역에는 새 아파트가 발 디딜 틈 없이 올라가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2000년대 초 최고가 5,000달러에서 시작된 평양의 아파트 가격이 2018년 30만 달러를 돌파했다. 2013년 4월 보통강구역 류경동에 완공된 30층짜리 아파트는 8만 달러 언저리에서 맴돌던 아파트 최고가를 단숨에 16만 달러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30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평양 최초로 약 55평 이상 크기에 수입산 대리석 같은 최고급 자재를 사용해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아파트의 설계를 그대로 가져다 지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하철 황금벌 역까지는 100m 정도 떨어져 교통 입지도 매우 좋은 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아파트는 국가가 지은 것이 아니라는 것. 달러를 주무르는 대외경제총국이 부동산 개발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건설했다. 때문에 아파트 절반은 99호 총국 간부의 몫이었고, 나머지는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팔았다. 이 때 99호 총국 간부 사이에서 서로 차지하겠다며 싸움이 벌어져 또 하나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양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살기 위해서는 돈 보다는 권력이 있어야 한다. 권력이 없으면 국가보위성(옛 국가안전보위부) 등이 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비리 혐의가 발각될 경우 잡혀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 돈 뿐만 아니라 보위성 수사도 피해갈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바로 ‘권력’이다. 한마디로 권력이 있어야 좋은 아파트에서 마음 놓고 호의호식할 수 있다. 대다수의 평양 고급 아파트가 거의 이런 식으로 힘쓴 기관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편 평양의 부동산 투자자는 주로 정부 기관이나 국가급 기업소를 등에 업은 개인, 또는 그런 개인들의 집단이다. 현재 북한 부동산 시장 가운데 재건축 인기가 높은데, 재건축이라고 해서 아무나 무턱대고 짓지는 못한다. 재건축은 평양시 도시설계 계획에 반영된 이른바 ‘평양시 현대화 공사 설계’에 기초해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뇌물로 못하는 일은 북한에 없다. 현대화 계획이 없다면 윗 단위 간부에게 돈을 찔러주어 새로 계획을 만들면 된다.

재건축 이익에 눈이 먼 자들의 부당 행위가 아파트 붕괴 사로고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2014년 3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 평천구역의 아파트 붕괴사고가 대표적인 케이스. 이 사건은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서 강도가 기준에 크게 미달하는 저마르카 시멘트를 이용해 발생했다. 북한의 경우 시멘트 강도를 ‘마르카라’는 단위로 계산하는데 180이상이면 고마르카, 120이하면 저마르카로 구분한다. 평천구역 아파트 붕괴는 저마르카 시멘트를 사용한 데다 필요한 철근 수량도 채우지 못해 많은 사망자를 냈다.

남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원가를 적게 들여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부동산 투자자의 탐욕은 북한에도 존재하고 있다. 평양 자본주의 백과서전 저자는 말한다. 북한의 부동산 시장에 드러난 시장경제와 사회주의의 혼재, 시장화의 급속한 확산은 북한 사회 전체의 모습이라고.

 

박희남  1025ksb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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