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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지금 크립토밸리(Crypto Valley) 경쟁 중
스위스 주크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완전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기존 사회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 세계 각국이 블록체인을 두고 각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까지 전 세계 총생산의 10%가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되리라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의 ICO 전면 금지 조치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제대로 된 규제와 잣대가 빨리 세워지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뒷북만 칠 것으로 보이는데…

 

스위스 주크 롤모델 삼아 우리나라 지자체도 활발한 움직임

 

블록체인 선도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지자체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 도입으로 블록체인 특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규제혁신 5법 중 9월20일 국회에서 처리된 정보통신융합법·산업융합촉진법·지역특구법 개정법률 공포안이 10월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내년 상반기에 도입된다. 규제혁신은 규제 신속 확인, 실증을 위한 특례, 임시허가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는 게 골자다. 규제 샌드박스가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지자체(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의 중심이 되기 위한 5개년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서울 개포와 마포에 200여 개의 블록체인·핀테크 기업이 들어설 수 있는 블록체인 집적단지를 조성하고 향후 5년간 1233억 원을 집중 투입해 블록체인 활성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자 성장동력인 블록체인을 받아들이고 서울시를 세계 사람들이 찾는 산업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따라가야 할 경쟁 상대들 역시 만만치 않다.

이미 스위스 주크,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등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한 해외 도시나 국가는 세계 블록체인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특히 스위스의 작은 도시 주크는 2013년부터 크립토밸리(Crypto Valley, 암호화폐 도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크의 성공을 접한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한국을 대표하는 크립토밸리를 만들겠다’는 야망을 키우고 있다.

현재 국내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의 블록체인을 향한 구애가 열렬하다. 블록체인 산업이 떠오르는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정체되고 있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침체되어있는 지자체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육성을 위하여 블록체인 활성화에 동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제주, 부산 등 지자체들 블록체인 시장 선점 의지 보여

 

서울시는 ‘블록체인 도시 서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 스위스 주크처럼 서울을 블록체인 선도 도시로 만들기 위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1233억원을 투입해 블록체인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열린 블록체인 행사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계획안도 밝혔다. 박 시장은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200여 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블록체인 집단을 만들겠다. 유니콘 기업의 성장을 돕는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도 민간과 함께 조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보다 먼저 발 빠르게 움직인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제주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화폐 거래소, 규제관련 기관, 전문 서비스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제주도의 야심찬 계획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8월부터 정부에 제주도를 ‘블록체인·가상화폐(암호화폐) 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해온 상황이다. 원 지사는 “제주는 국제 자유도시로서 우수한 해외 자본과 인력을 유치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다. 제주를 규제 샌드박스형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 국제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블록체인 허브도시로 육성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과 제주가 블록체인 도시 형성에 치열한 가운데, 부산도 블록체인 도시 경쟁에 합류했다. 부산시도 2026년까지 400억 원을 투입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블록체인 특구로 육성하기로 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은 동북아 금융경제중심지로 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며, 부산을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 금융신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부산금융단지에 한국형 블록체인 허브를 만들 수 있도록 해킹방지와 사용자권익보호 해결을 포함한 중앙정부 정책 건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빠른 시일 내 블록체인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 부산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이 밖에 다른 지자체들도 행정 및 관리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도 행정과 대민서비스 전반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기로 하고 지난 8월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대전시는 원도심 역세권에 4차 산업혁명 맞춤형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을 육성하는 핵심 거점으로 만든다고 구상

중이다. 이에 따른 성공 또는 완성 사례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는 전국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제안서 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에 들어갔다. 입찰 과정에서 평가의 공정성과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도입을 결한 것. 경상북도는 스위스 주크시의 현지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블록체인 스타트업 육성기업인 해머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지자체들의 블록체인˙가상화폐 사업에 대한 의지는 미래 기술을 활용해 지자체만의 경제적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해외 작은 도시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상화폐) 사업을 장려하면서 세계의 블록체인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늦을수록 기업 해외유출 못 막아

 

우리 정부는 국내 ICO를 금지하는 입장만 내놓았을 뿐 아직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블록체인˙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이 스위스나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 해외에서 활동하며 우리나라를 떠나는 ‘탈한국’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우수 인력과 국내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이러한 국내 상황에 대해 제주특별법 등을 개정, 단체장의 권한으로 이를 허가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해외로 나가는 기업과 인력·자금이 제주도로 유입되면서 이곳이 블록체인 대표도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지자체들은 블록체인 특구 지정에 대한 기대가 크다. 주크나 몰타 등으로 떠나는 기업들을 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의 블록체인 기업들을 유치함으로써 세수 증대와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사실 스위스 주크의 인구는 3만 명 수준인데, 블록체인 기업이 몰리며 3,0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하지만 아직 우리 정부에서는 불법자금 세탁,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이러한 부작용 해소를 위한 적절한 규제와 제한규정을 만들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하는데, 정부는 블록체인은 받아들이면서도 암호화폐(가상화폐) 자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특정 지자체만 ‘특구’로 지정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민의 공감대 형성이나 차별화된 전략도 없이 전시 행정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26일 열린 국감현장에서 “중앙 정부에서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없는데 제주도가 특구를 통해 어떤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왜 제주도여야 하는지 공감이 안 되며, 제주도를 특구로 만들어서 해결될 이슈가 아니다”라고 지적된 바 있다. 이러한 지적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현재 그 어떤 지자체도 블록체인 특구의 당위성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기에 나오고 있다. 왜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지자체 스스로 합리적인 근거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에서는 블록체인 특구 조성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편승한 사기 행각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아직 이러한 사기행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중앙정부의 법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섣부른 블록체인 특구 사업추진 보다는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크립토밸리(Crypto Valley) 조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IT강국이라 했던 한국이 어쩌면 절호의 기회일 수 있는 블록체인 산업에서 뒤처진다는 것이 안타까운 따름이다.

블록체인 특구는 특정지역에 블록체인 친화적인 환경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재정, 세제, R&D 및 공간 지원으로 블록체인 적용과 암호화폐의 제한적인 사용을 통해 정책 방향의 테스트 베드가 돼야 한다. 최근 규제 혁신 법 가운데 하나인 지역 특구법을 수정‧개정하는 것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법에 신기술 기반의 지역 혁신 사업 육성을 위해 지역 혁신 성장 특구제도를 더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정확하게 인지한 후 규제완화와 육성정책 맞는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거대한 자금이 스위스와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등 해외로 몰려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연구개발과 기업육성을 동시에 해 나간다면 말이다.

 

 

 

 

신현희 기자  bb-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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