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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문제아 ‘사생 팬’

 

주로 휴대전화를 사용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본연의 일상생활은 뒷전인 채 스타의 일정을 따라다니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특히 아이돌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팬 이상의 감정으로 24시간 추적하는 열성팬, 우리는 이들을 ‘사생 팬(私生 fan)’이라 부른다. 집착과 관심을 혼동하는 이들은 공식 활동은 NO, 오로지 스타의 사생활만 추적한다.

 

사생활을 엿보기 위해 시속 180㎞의 속도로 질주하는 차량에 몸을 담는 것은 애교다. 아이돌 스타 숙소 앞에서 2박 3일 밤을 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상이 공개될까 꽁꽁 싸매던 과거와는 달리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는다. 당당히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좋아하는 스타의 사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늘도 자신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사생 팬.

이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눈이 곱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보기엔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스토커도 이런 스토커가 없을 만큼 집착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이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생활은 존중해주세요

 

연예계가 도를 넘어선 일부 사생 팬들의 행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연예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사생 팬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연예인들은 사생 팬들로 인하여 지극히 사생활 적인 부분이 노출될까 하는 심리적 불안감으로 심할 경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한 아이돌 스타는 방송 녹화현장에서 공개적으로 사생 팬에게 진심으로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생 팬들에게는 귀야 말로 소귀에 경 읽기.

이러한 가운데 그룹 갓세븐 멤버 영재가 사생 팬에게 경고했다. 영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채팅창을 캡처한 화면의 사진을 게재하며 “이것도 싫으니까 하지 말라고요. 말이 말 같지 않나요?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기분 좋아요? 맨날 누가 모르는 사람이 연락 오면? 좋은 말로 몇 번 말해도 듣지를 않네요. 이제부터 다 모아놓고 캡처해 놓을게요. 제 인스타가 문자로 도배 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글을 써내려갔다. 공개한 사진은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여러 번 메시지가 와 있는 장면으로 이는 사생 팬이 그동안 영재에게 꾸준히 연락을 한 것으로 보이며, 참다못한 영재가 공개적으로 이를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비단 영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재 뿐 아니라 사생 팬에게 고통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은 스타들은 많다. 최근 엑소 찬열, 김동한, 빅스 엔, 워너원, 등도 이를 호소했다.

특히 워너원의 경우, 사생 팬 문제로 멤버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그도 그럴 것이 데뷔 초부터 워너원과 사생 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워낙 인기가 많았던 탓에 사생 팬의 숫자도 상상 이상이었고, 이들의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상상이상이었다.

실제로 워너원이 월두투어 중 묵었던 호텔에 침입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들은 같은 항공편 예매는 물론 같은 호텔에 숙박하며 워너원 멤버들의 휴식 및 사생활을 침해했다. 이러한 만행은 멤버는 물론, 전혀 무관한 일반 투숙객에게도 피해를 끼쳤다. 사생 팬들은 로비, 피트니스, 수영장, 호텔 레스토랑,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곳곳에 24시간 상주하며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고 공항 내에서 아티스트 이동 시 주변을 살피지 않고 무분별하게 접근해 촬영을 강행 결국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촬영이 금지된 장소(출입국심사구역, 보안검색구역)에서 촬영하는 등의 행위로 아티스트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일반 여행객들에게까지 불편함을 끼쳤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며 투어가 진행될수록 그 정도가 심각해지며 아티스트가 느끼는 정신적은 스트레스 또한 높아져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은 너무 보고 싶어서…

 

사생 팬과는 달리 공개방송을 위주로 활동하는 팬을 흔히들 공방 팬이라 부른다. 이들은 소속사가 허용한 공식 카페 회원가입을 통해 아티스트의 공식적인 활동에 참여하고 건강한 응원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반면 사생 팬은 이들과 스스로 차별화를 시킨다. 낮보다는 밤에 주로 활동하는 이들은 숙소를 기본으로 식사 장소, 데이트 장소, 미용실까지 스타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타들의 뒤를 따른다. 이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소위 ‘사생 뛴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의 한 달 용돈을 훌쩍 넘긴 돈을 들여 택시를 타고 아티스트의 차량을 뒤 쫓기도 하며 단 한번이라도 스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기획사 사무실과 숙소 등을 배회하는 것도 서슴지 않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사생 팬들이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자체 내 연락망을 개설해 실시간을 상황을 보고하기도 한다. 세월이 변한 만큼 사생 팬의 활동도 변했는데, 차량의 경우 이른바 사생택시를 주로 이용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사생 팬은 나눔카 즉 쏘카를 대여해 본인들이 직접 운전해 미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본인의 차량으로 미행하기엔 발각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호, 허, 하 등으로 표기되는 나눔카가 보다 더 안전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 어디 그뿐이랴. 추위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만나기 위해 숙소 앞에서 무작정 밤을 새워 기다리는 일은 부지기수며 혹여 해외 스케줄이 잡힐 때면 즉시 공항으로 달려가 그들의 입출국 모습을 지켜보며 마냥 흐뭇해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생 팬은 아티스트의 공항 정보까지 완벽히 파악한다는 것. 이들은 아티스트가 몇 시 비행기로 어느 나라에 출국하는지부터 시작해서 그곳에서 머무는 숙소까지 모르는 게 없다. 매니저 저리 가라할 만큼 빠삭하게 모든 정보를 꿰뚫고 있는 이들은 비공식적으로 항공 정보를 돈을 주고 구매하며 미리 같은 항공권을 예매해 같은 비행기를 탑승하는 등 모든 스케줄을 파악하고 있다.

한편 최근엔 한류 바람을 타고 해외에서 원정 나온 외국 사생 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일본이나 중국에서 건너온 이들은 한국어 연수를 빙자해 한류 스타의 집 근처에 숙소를 구한 뒤 본격적으로 사생을 뛰는 등 시종일관 적극적으로 사생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국인에 비해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자신들이 불리할 경우는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하는 이들. 이들 중 일부는 아예 국내로 이사를 온 경우도 있다. 또 국내 사생 팬과는 달리 스타들의 회식장소에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을 빌미로 쉽게 다가가고 있다. 실제로 매니저와 경호원들은 해외 팬들을 관광객들로 오인하고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들로 해외 사생 팬은 국내 연예계 또 하나의 문젯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하루 24시간 스타들의 뒤를 쫓아다니는 걸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보고 싶어서.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공식 팬이든 사생 팬이든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고 보고 싶은 마음에 쫒는 거라고. 공식 팬클럽에 가입하지 못한 팬은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적은 게 사실이긴 하다. 때문에 이들은 뒤에서라도 아티스트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사생 팬은 당당히 말했다.

“공식팬클럽이 아니면 공개방송에 지원을 할 기회마저 박탈당해요. 대다수의 행사도 공식팬클럽 회원 위주로 자리를 선정해주고,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보겠다는 거예요. 공식 팬이든 사생 팬이든 모두 보고 싶은 마음에 따라 다니는 게 아닐까요?”

 

단순히 철부지 집단일까

 

대부분의 사생 팬들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자신만이 알고 있다는 만족감 때문에 강한 중독성을 느껴 멈출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무의미한 성취감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의 병폐로 연결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무리한 사생활동으로 인해 학교를 자퇴하는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빠듯한 학교생활과 그에 버금가는 사생활동을 함께 하려다보니 무리가 오는 게 사실일 터. 미성숙한 존재인 청소년은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고 사생활동에 올인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학업을 병행하더라도 온전히 학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수업시간 내내 자신의 스타는 지금 무엇을 할지, 따라가고 싶고, 몰래 지켜보고 싶은 게 이들이다.

또한 매니저와 경호원과의 마찰로 인한 폭행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남성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가 공항에서 팬을 밀친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상 속 남성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로, 휴대폰으로 아티스트를 찍고 있는 한 여성을 양손으로 힘껏 밀쳐 여성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공개 후 과잉대응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팬 폭행 논란으로까지 번져 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진을 찍은 여성이 평소에도 유난히 한 멤버를 집착적으로 따라다닌 사생 팬이라는 의견을 제기했고 연예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사건은 소속사의 공식 사과를 통해 마무리 됐고 해당 매니저는 징계를 받았다.

이 밖에도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사례가 빈발하고 있으며, 사생차량과 연예인 차량의 교통사고 등 탈선과 사고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또한 점조직으로 활동하는 사생 팬이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개인차량번호 등 스타의 개인 정보를 유출해 인터넷상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날이 갈수록 연예인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집착과 극단적인 애정표현으로 왜곡된 팬심에 대해 가볍게 여기고 넘길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의 올바른 교육과 팬클럽 스스로의 자정작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과거와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홍보하기 위해 선행을 베풀고 독특한 응원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팬 문화의 긍정적인 모습들이 부각되고 있는 요즘, 여전히 음지에 존재하는 일부 사생 팬들 때문에 다수 팬들의 진심어린 애정까지 사생으로 오해되고 있어 팬덤 문화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단순히 이들을 표현에 솔직한 ‘신세대 집단의 한 부류’로 보느냐, 스타의 인간적 권리까지 침해하는 ‘철부지 집단’으로 보느냐는 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스타도 먼저 사람이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원치 않는 행동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팬의 자세가 아닐까 되새겨 보자.

 

박희남  1025ksb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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