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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지옥 대한민국의 풍경화
이영아 건국대학교 K뷰티산업융합학과 학과장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이며, 그 중 강남과 서초가 이른바 SKY 진학률이 가장 높다. 집값도 가장 비싸며 유명한 학원도 가장 많다. 수능시험은 학원가의 부흥과 개인교습, 그룹과외 등을 양산했고, 고액과외, 쪽집게 과외, 재벌과외 등 이름도 가지가지다. 아이 혼자 힘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입학고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강남의 학원가 일대에는 시작하는 시간과 마치는 시간에 아이들을 나르는 엄마들의 차량들로 가득하여 교통이 혼잡하다. 아이가 학원 수업을 받는 동안 엄마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식사를 하기도 한다. 고액 과외를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의 엄마들은 차의 종류와 옷차림부터 다르다. 그녀들은 얘기한다.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아빠의 이해심,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입시 결과를 좌우한다고…

 

조혜정은 한국의 여성과 남성(1988)에서 “조선시대 상류층의 여성들은 과거 급제자 아들을 길러내는 어머니로서의 명예와 보상이 있었고, 그러한 출세를 기대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집에서도 아들이 장성할수록 연장자로서 효도를 받고 며느리를 지배하며 손주를 품안에 거느리는 여가장으로서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대다수의 여성들은 열심히 일하고 참기만 하면 언젠가는 어머니로서 보상 받게 되고 남편 집안의 당당한 조상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으며 따라서 가부장적 체제에 자발적으로 충성을 하여온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열은 고금을 막론한 일이었고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도 한국의 교육열은 한국 고성장의 초석이 되었으며 미국의 어머니들도 배워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이 100만 명이 넘은지 오래다. 이 무한 경쟁 시대에 살아남아 승리 할 수 있는 자식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중년기를 희생하며 자녀들의 ‘수능 전략가’로 한국의 어머니들은 변신하고 있다.

 

강준만의 입시전쟁 잔혹사(2009)에서 보면 “아들을 출세시키는 걸 존재 근거로 삼는 자궁 가족의 기본 구조는 먼 훗날 2000년대에 까지도 그대로 살아남아 어머니는 입시 전쟁에 참전하는 자녀의 관리 감독관으로 맹활약 하게 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강준만의 말처럼 대한민국에서 ‘수능’은 이미 전쟁이다. 인구가 줄고 있다지만 2010년부터 수능 응시자는 60만 명을 넘었다. 학생들 대부분이 이 시험을 한 번 이상 치르며, 학생들은 친구보다는 경쟁자들과 함께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입시생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좌절하는 꼴을 두고 보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중년을 기꺼이 희생한다.

이인철은 수능일에 생각하는 대입 자율화(2008년 11월14일 동아일보)에서 우리나라 수능 당일의 풍경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전국의 출퇴근 시간이 늦춰지고 시험장 200m이내에는 차량 통행과 경적이 금지되고,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이 조정되고 열차도 학교 근처를 운행할 때는 속도를 늦춘다. 지각 수험생 수송을 위해 경찰과 해병 전우회 순찰자가 시내를 왱왱거리며 질주한다. 1,000명의 수능 출제관리요원들은 외부와 격리된 장소에서 ‘감옥살이’ 출제를 해야 한다. 집에 안부 전화도 못하고, 부모상을 당해도 보안요원의 감시 속에 4시간 밖에 빈소에 머물지 못한다”.

이인철의 글에서 보이듯 삼엄한 경비 속에서 대한민국의 수험생들은 1등부터 60만등까지 매우 공정하게, 한우도 아닌데 등급별로 나누어 도장 찍히고, 또 그 안에서 많은 기준에 따라 매우 세부적으로 나누어진다. 이렇게 치열한 대학 입시는 유명한 학원들이 밀집한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의 집값을 한없이 올려 버렸다.

 

올해부터는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학교마다 조금 자제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아직도 서울대 합격은 학교와 가문의 영광이라는 듯 교문 앞에 걸린 플랫카드가 종종 눈에 띈다. 이것은 학벌과 밥줄을 건 계급전쟁에서 살아남은 무지막지한 자들의 명단이다. 이는 우리 학교가 명문고라는 홍보도 하고 재학생들에게 자부심과 그 다음은 너희 차례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리고 입시 학원들은 ‘너희만큼 점수에 목숨 걸겠다’, 너희 혼자 고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합격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재수생 모집 광고를 하고 학부모들은 입시 설명회에 다니며 현행 입시제도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여 수능전략을 짠다. 자녀가 초등학교, 늦어도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떻게 해서든지 일명 SKY 합격률이 좋다는 명문학교가 많고 학원가가 즐비한 강남 서초 8학군으로 이사를 가는 것은 기본이고, 이보다 더 발빠른 부모들은 원정 출산과 옹알이 과외를 하기도 한다.

 

이런 살벌한 입시 전쟁과 사교육의 광풍 속에서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공교육은 붕괴되고 조기유학과 도피유학이 성행하고, 자살하는 연령대가 초등학생까지 내려갔다. 펭귄 아빠, 기러기 아빠, 독수리 아빠까지 양산했다. 펭귄아빠는 다리(능력)가 짧아 절대로 아이들과 아내가 유학하고 있는 곳에 갈 수 없는 아빠를 일컫고, 기러기 아빠는 철새처럼 일 년에 두 번 정도 비행기타고 처자식이 유학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아빠, 독수리 아빠는 언제든 어디든 내 집 드나들 듯 아이와 아내가 있는 외국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아빠를 일컫는 말이다. 생활고와 외로움에 지쳐 펭귄 아빠와 기러기 아빠가 자살했다는 기사가 가끔 매체를 통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대학 입시는 가족의 파탄을 불러올 뿐 아니라 치열한 수능경쟁은 사교육의 폐해로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이웃도 친구도 형제도 부모도 챙길 여유가 없다. 이는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닌 것이다. 바로 입시지옥인 것이다. 한 가정의 아기의 탄생은 사랑과 화목과 행복 그리고 희망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결혼도 하지 않으려 하고 아이도 낳아 키우려 하지 않는다. 입시 전쟁 공화국으로 만들어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경제성장을 이룩했는가! 사회가 건강해 졌는가! 개인이 행복해 졌는가! 교육이 우리의 비전이긴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적응하며 한때는 열심히 입시생 엄마로 살았다. 그러나 내 아이를 나처럼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국가는 아기가 태어나면 육아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고 전기료를 삭감해준다며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한다. 국민은 알고 있다. 육아비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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