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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더니….죽은 견은 말이 없다

[기자수첩] 취재 차 국회의사당에 들렀다. 국회의사당은 늘 집회와 시위들로 시끄러운 곳이다. 종종 걸음으로 약속장소로 향하던 중 유난히 눈에 띄는 현수막이 있었다. “동물들을 기억해 주세요.” 아, 동물권 운동가의 안락사 사건 주인공인 ‘케어’ 박소현 대표의 이야기이구나. 애견인들의 억장을 무너뜨리게 한 박 대표의 만행은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충격과 분노를 선사했다.

 

곧 죽어도 잘못한 게 없다던, 동물권 단체 ‘케어’ 박소현 대표.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구조한 동물 일부를 무분별하게 안락사 시키고 이를 은폐하려다 적발된 박 대표의 사과는 그녀의 낯짝만큼이나 뻔뻔했다. 제 딴에는 오해라며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하나하나 해명까지 했다.

그러면서 감정이 벅찼던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말로만 듣던 악어의 눈물이었다.

해명 도중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책임은 대표인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을 고발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의심을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이사이면서 이사회를 열어 즉각 자신의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었는데, 굳이 내부 사실을 외부로 먼저 공개한 것이 무엇이겠냐며 자신을 몰아내기 위한 하나의 계략이라고 실언했다.

와중에도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이라니, 그러면서 물러날 수 없는 건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의심에 대해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고. 글쎄…. 그건 박 대표 당신의 입장이고.

 

박소현 대표는 대한민국에는 안락사마저도 사치인 동물들이 많다면서 고통을 직시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외면하는 것이 동물권 운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안락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한 행동은 대량 살처분과는 분명 다른 인도적 안락사였다고, 큰 논란이 될까 두려워 공개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 대표의 말을 곱씹어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책임하다. 큰 논란이 될까 두려웠다는 말 자체가 상당히 모순적이기도 하다.

이미 자신의 행동이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했다는 것이고, 그러한 행동이 사회적으로 공개됐을 때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견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나는 잘 못한 게 없어요. 할 도리를 다 했어요.’ 식의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감정 소모를 계속하고 있다. 애견인의 마더테레사로 불리던 그녀는 알고 보니 개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애니팡’ 동물학대라고 비난하던 사람

건강한 동물도 죽인 그녀, 동일인물 맞아?

 

‘케어’는 유기견들을 보호하는 곳임이 틀림없다. 아픈 개들을 안락사 시키는 것은 백번 천번 양보해서 어쩔 수 없다고 칠 수 있다. 사실 가정집에서 키우며 개인적으로 보살피는 것과 달리 센터는 많은 수의 개를 보살펴야 하는데, 심하게 아픈 개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극정성으로 보호하는 일은 어쩌면 욕심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구도 아픈 개를 안락사 시키는 행위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사실을 철저하게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차라리 상황이 이렇고, 저렇고 해서 안락사를 시켜야 했다고 충분히 설명했다면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동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장소에서 동물의 목숨을 한낱 파리 목숨보다도 더 가볍게 여겼다는 것.

박 대표가 소속된 ‘케어’에서 지난 4년 간 수백 마리에 달하는 개가 무분별하게 안락사 당했다. 심지어는 임신한 개까지 안락을 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오직 박 대표의 말 한마디에, 행동 하나에 개들의 생명이 좌우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서 두렵기까지 하다.

입버릇 마냥 늘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해왔던 박 대표. 추억의 게임 ‘애니팡’을 동물 학대라며 맹렬하게 비난하던 그녀였다. 그랬던 그녀가 단순한 돈벌이를 위해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했다니. 박 대표의 말처럼 ‘안락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그간의 해왔던 행동들을 더욱 더 이해할 수 없다. 유기견 보호소라는 이름을 걸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이들과 박 대표가 다를 게 무엇이 있겠는가.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거지, 분명 전에도 이러한 일들은 비일비재했다. 후원금 갈취는 물론, 유기견들을 다른 곳에 판매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관계자분들은 동물은 사고 팔수 있는 물건이 아님을 부디 인지하시기를….

 

죄송하다는 말도

죄송할 만큼 잘못한 것을 알길

 

경찰이 박 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박 대표에 대한 세 번째 고발장도 접수됐다. 고발장엔 안락사 관련 사기혐의 외에 안락사를 위해 ‘졸레틸’이란 약품을 사용했다며 마약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졸레틸은 일반인이 구입할 수 없는 약품.

새로운 사실이 하나 더 밝혀졌다. 박 대표뿐 아니라 안락사 의혹을 폭로한 케어의 동물관리국장과 수의사도 안락사에 가담했다는 것.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케어’ 직원들은 앵무새마냥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긴 이들이라고 별 다른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인들도 전혀 몰랐다는 데, 후원금에 대해 정확한 회계도 알지 못한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케어 직원도 속인 박 대표는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게 남은 직원들의 입장이다.

많은 결정이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었으며 직원들은 안락사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전혀 들은 것이 없다고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우스운 일이다. 얼마나 안일했으면, 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몇 년을 함께 일한 직원들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일까. 설사 눈치 챈 직원이 있다고 한들, 누구 하나 용기내서 말하지 못하고 몇 년 간 이 상태를 유지해 왔다는 것 자체가 ‘케어’센터 직원들 모두 무분별하게 안락사 당한 개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직원들이 말하는 죄송하다는 사과의 주체가 국민이 아닌 그야말로 ‘개죽음’당한 개들이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안락사는 보호소 공간 확보를 위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건강하고 문제가 없는 동물이어도 이미 결정된 구조진행을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만 했던 시스템인 것. 기본적으로 원칙에도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케어 사태와는 별도로 동물권 시스템이 향상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보호소의 복지문제나 동물보호법 처벌 수위 문제도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한다. 근본적으로 유기동물에 대해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동물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알면서도 수십 년간 눈 감고 귀 막은 정부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 이제는 우리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박희남  1025ksb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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